필리핀 이멜다 구두컬렉션 개미 곰팡이에 망가져
작성일 12-09-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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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닐라석수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022회 댓글 17건본문
악명 높았던 필리핀의 퍼스트 레이디 이멜다 마르코스의 유명한 구두 컬렉션 등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부부의 물건들이 흰개미와 습기 등으로 인해 망가져 가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23일 보도했다.
이들의 의상과 구두들은 2년 전부터 마닐라 국립박물관에서 보관돼왔지만, 최근 대부분 곰팡이가 슬고 해져서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민중봉기 때 마르코스 부부가 미국으로 추방된 후 10여 년간 대통령궁 안에 방치돼 있었던 데다, 박물관으로 옮겨진 후에도 창고에 처박혔다가 지난달에는 장맛비로 천정에서 떨어진 물에 잠기기까지 했다고 한다.
1220켤레에 달하는 이멜다의 구두 컬렉션은 아시아 독재국가 사치의 상징이었다. 한때 대통령궁 지하의 넓은 방안을 가득 채웠던 이멜다의 구두들은 이제 좀먹고 곰팡이가 슨 상태로 상자에 처박혀 있다. 마르코스 페르디난드 전 대통령이 20년 통치 기간 중 즐겨 입었던 바롱 셔츠를 비롯한 사치스런 의복들도 해지고 망가졌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마르코스 부부는 군대가 지지하는 '민중세력'의 봉기가 절정에 이르자 국외로 탈출했으며, 이 민중 봉기는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독재국가들의 몰락 전조가 됐다. 마르코스는 1989년 망명지 하와이에서 숨졌으며 이멜다와 자녀들은 몇 년 뒤 필리핀으로 귀국했다.
이들 부부의 사치와 낭비에 대해 후임 대통령이자 필리핀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코라손 아키노는 "국민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공금을 훔쳐서 값비싼 사치품에 탐닉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궁에 이들 부부가 남기고 간 물건들은 의류와 미술품 등 종류와 수가 너무 엄청나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마닐라 국립박물관으로 옮길 때 사용한 초대형 상자만 150여 개에 달했다.
그러나 이 물건들은 자물쇠가 잠긴 박물관 창고에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방치됐다. 대부분의 박물관 직원들은 이 상자들에 마르코스 부부의 값진 물건들이 담겨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지난 호우 때 물이 콸콸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상자를 열어봤다가 비로소 마르코스 부부의 옷과 구두 등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직원들은 당황해서 남은 물건들을 다른 장소로 옮겼지만, 이미 상당 부분 물품들은 너무 훼손돼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박물관 측은 “이 물건들이 역사의 유물인만큼 큐레이터들이 최대한 원상 회복을 시도할 것이며, 특히 이멜다의 의상과 구두들은 국가의 중요 공식행사에서 착용한 것이므로 필리핀 역사상 중요한 물품이니 향후 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물에 젖고 부패한 디자이너 구두와 붉게 오염되고 찢어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하얀 바롱 셔츠가 상자에 마구 담겨 있는 장면은 권력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