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되지 않길 바라는 이야기
작성일 11-06-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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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부아노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644회 댓글 56건본문
세부 컴백 날짜가 이미 20자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군대에서 전역 날짜를 손꼽아 기다릴 때보다 더 설레이는 것은 왜 일까요?? ^-^;
여행에 있어 가장 즐거운 순간은 역시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이겠죠.
저는 이제 정말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네요...
이제 띄엄띄엄 몇 년 살았던 것이 계기가 되어서 이제는 아예 터를 잡고 오랫동안 살 계획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설레이고 긴장됩니다.
세부에서 다니던 회사도 이번 달로 정리를 하고 제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려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지금은 세부에서의 생활을 적당히 준비하는 중이라 크게 바쁘지 않지만, 세부로 컴백하는 순간부턴 엄청나게 바빠질 것 같습니다.
눈 코 뜰새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 되겠네요. 세부 들어가서 조금 쉬어보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절 믿고 따라와 주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몸이 부숴져라 뛰어야 하겠죠...
예전부터 저의 작은 소망들은 몇 번씩 얘기한 적은 있어도, 큰 소망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했었죠.
저의 여러가지 큰 소망 중의 하나는... 화교들 못지 않게 같은 민족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화교들 욕을 많이 하지만, 같은 민족이라면 대가 없이 무조건적으로 도와주는 그 좋은 점은 꼭 배우고 싶었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서로 믿지 못하고 장사속으로 속고 속이는 것에는 이제 염증이 났습니다.
서로 돕는 다는 것은 서로 믿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 한인 사회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요?
서로 도울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아직까지 여행자 분들이 '돕는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조금 부족한, 약자의 위치에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그것은 여행자의 현지 정보의 부족에서 오기도 하고, 현지 물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오기도 하며, 한인 사업체들의
암묵적인 담합 의지에서 오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저도 현지에서 이것 저것하며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경험보다
더 밀도있는 경험을 해본 사람 중의 하나로서 지켜본 바, 현지에서 장사를 하시고 정보에 통달하신 분들을 상대로 여행자들이
운 좋게 좋으신 분들을 만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어도 그 이외의 사업 하시는 분들을 '돕는다'는 느낌 보다는 그 분들에게
'뜯긴다'라는 느낌을 훨씬 더 많이 받아 왔습니다. 한국과 관련이 1%라도 더 되어 있는 곳은 이유를 불문하고 한국 물가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오히려 한국 물가에 비해 조금이라도 저렴하면 그것이 마치 아주 저렴한 것인 것 마냥
인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이 이제까지 흘러와 지금의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도 제 나름의 물가 계산법에 대해 지프니의 이야기를 하며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만,
필리핀에서 돈을 쓰실 때에는 반드시 필리핀 물가 기준으로 생각을 하셔야만 합니다.
가령 100페소를 내고 짜장면을 드셨다고 했을 경우 단순 환율 대비로 2500원에 짜장면을 드셨다며 만족해 하시는 것은
현지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100페소라는 돈의 가치는 단순히 보면 우리나라의
2500원의 가치에 불과하지만 필리핀에서의 100페소의 가치는 아르바이트 반나절을 부릴 수 있는 더 큰 가치라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2500원의 10배의 가치로 생각을 하시고 돈을 사용하시는 것이 올바른 소비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 관련 사업처들은 필리핀에서도 한국 물가를 고수하는 것일까'하는 것도 큰 의문이었습니다. 일하는
직원들이 100퍼센트 한국 스탭이라 하더라도 (100퍼센트 한인직원을 고용하는 사업체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국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뿐더러, 값싼 필리핀 인력을 이용하고, 한국에서 공수해 오는 물품보다는 현지 조달
원자재를 이용하여 원가 자체가 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한국의 물가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에 그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에 크게 민감히 반응하지 않는 여행자들의 방관적 태도에도 있습니다. 역시 그러한 태도를 갖게 된
데에는 앞서 말씀드린 현지 물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러한 환경은 결국 '한국인 상대 사업은
남는 것이 많고 해볼만 하다'는 기형적인 사고 방식의 잘못된 사업체들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형적인 사고 방식의
굴레에서는 또 하나의 변종으로서의 사기꾼도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속이고, 한국인 살인 사건이
나면 대부분의 경우가 이권 다툼으로 인한 한국인 간의 청부 살인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식의 악순환이 연속되는 것입니다.
누구를 뭐라하기 이전에, 저는 저부터 앞장서서 실천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고 마음을 먹으니 설레이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한편으로는 조금 겁이 나기도 합니다.
잘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제동을 건 셈이니 말입니다.
같은 나라, 같은 민족에게는 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라면 언제든 댓가 없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업이건 간에 로컬 상대 혹은 로컬 수준의 사업을 지향하는 한인 사회 구조를 희망합니다.
양심적으로 사업하고 성심껏 도와, 우리 한국 사람끼리도 믿고 살 수 있는 건강한 한인 사회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