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을 단 하루 남기고....
작성일 11-07-1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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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부아노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027회 댓글 55건본문
이제 12시가 넘어 13일이네요.
다른 말로는, 출국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는 뜻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이 지겨운 장맛비가 오늘까지도 그칠 생각을 않고 줄기차게 내리고 있네요.
다른 말로는, 비행기가 뜨지 않을까봐 엄청나게 걱정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비 피해 지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통 날아갈 걱정이 제일 앞서는 것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설레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필리핀에 지프니 값이 1페소 인상되고 택시 요금이 오르더니,
이제는 우리나라까지도 기름값 인하정책을 중지하더니 7월부로 전국적으로 대중교통요금을 올리더군요.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분들이 살기 힘들다고 하시네요.
취업이 힘들고, 돈 벌어 먹고 살기가 힘들고, 하루하루가 전쟁같다고....
세부에서 단돈 100만원을 벌 때가 있었는데,
그 때에 처음 그 맛을 봤던 것 같습니다. '진짜 여유' 라는 느낌을 말이죠.
결국, 우리 모두는 행복하려고 사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가만 보면, 우리보다 덜 갖고있으면서도 필리핀에 살고 있는 그들은 더욱 행복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사직서를 적었다가 찢는 것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야근이요? 아무도 하라는 사람은 없는데, 퇴근하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경쟁 사회이니까 말이죠.
정작, 남들이 인정해주는 좋은 회사라는 곳을 들어가서도 그런 고생 길이 훤하고 경쟁의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돈으로 보상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돈으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주어지기 힘든 경쟁 사회의 연속입니다.
행복하려고 사는 것이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는데, 행복은 이미 남의 일만 같은 사회입니다.
저는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따갑기만 합니다.
한국에는 뭔가 독특한... 정형화된 코스가 하나 있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하고 그 다음으로는 좋은 직장을 얻은 후,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반드시 해야하며, 아이를 반드시 낳고
그 아이를 다시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도록 훈련시킨 후 좋은 직장을 얻게 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하...
무언가 분명 잘못 돌아가고 있지만, 이 정형화된 코스에서 단 한가지라도 벗어나게 되면 손가락질 받는 사회입니다.
먹고만 살 정도만 벌면서 남도 도우며, 언제나 즐거운 그들과 함께 하려는 삶이 왜 손가락질 받아야하는 걸까요?
단순히, 필리핀이 환락에만 빠져 살 만큼 하찮은 곳에 불과하다고 생각들을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형화된 코스에서 잘 나가다가 벗어난 곳이 하필 그러한 필리핀이라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제 내일 모레부터 세부에서 살게 될 것이구요, 철저히 로컬만을 상대로 지인들과 사업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제 인생 최고의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을 해봅니다.
열심히 즐기며 일하고, 2주에 한번씩 봉사활동도 하고, 시설 좋은 아얄라센터에서 운동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바다 낚시도 하고,
지인들과 집 앞에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동호인 할리 전국일주도 하고 말이죠.... 할 게 너무 많네요.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이런 것들이 한국에서 찌든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여유이고 행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변 사람들이 경쟁을 모르고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니, 생활 자체가 즐겁고, 생활이 즐거우면 일도 즐길 수가 있게되고,
일이 즐겁고 능률이 오르기에 여가시간이 더욱 값지고 건강하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선순환이 결코 꿈이 아니라니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꽤 기나긴 여정을 단 하루 남긴 시점에서 많은 생각과 다짐을 하게 되네요...
혹시라도 지금 한국에서 많이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께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용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도 용기를 얻어보고자, 이런 글을 적게 되었네요...
올바르게 잘 하고 있으니 계속 열심히 하라고 많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