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카와 모기, 메멘토 모리 소리가 들린다
작성일 16-02-2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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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간다통신 조회 3,630회 댓글 8건본문
작다고 얕봤다가 큰 코 다친다는 말이 맞는 것일까. 실제 무게는 고작 2밀리그램으로, 먼지보다 조금 무겁다. 그런데 1년에 이들에게 죽는 사람들이 70여만명이다. 바로 모기를 말한다. 모기에 물려 온갖 전염병과 풍토병 등으로 목숨을 잃는 숫자가 그렇다. ‘당신을 평생 따라다니는 생명체가 모기’라는 우스갯말이 우습게 들리지 않는다.
그런 모기가 다시 주목 받았다. 최근 부상한 지카 바이러스 때문이다. 소두증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게 모기다. 치명적인 일본 뇌염과 다르지만 그래도 모기의 위용은 이래 저래 높아만 간다. 이럴 때 저절로 생기는 우문이 있다. 왜 신은 모기를 만들었을까라는. 왜 신은 바이러스니 세균이니 그런 이상한 존재를 만들어 인간에게 고통주는 것일까라는 의문이나 매한가지다.
인류 역사에 있어 전염병이나 질병은 끊임없이 이름을 바꿔가며 존재해왔다. 13세기에는 나병이 유행했고 14세기는 흑사병인 페스트가 만연했다. 이어 천연두와 콜레라, 그리고 결핵도 한 순간 창궐해 인류를 떨게 했다. 20세기 들어서 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고 이어 에이즈가 갑자기 뛰쳐 나왔다. 근간에는 사스, 에볼라, 메르스 등으로 이어지더니 이제 지카까지 왔다. 숨차다. 그리고 의아하다.
이런 질병의 역할은 대체 무엇인걸까. 고전파 경제학자인 로버트 맬더스가 ‘인구론’에서 “빈민에게는 청결함을 권고하지 말고 그 반대의 습관을 기르도록 장려해야 한다. 도시는 더 좁게 만들고 집집마다 더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게 해 전염병이 잘 돌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인구 조절인걸까.
페스트 덕에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도 유명했다. 취재 차 아프리카 지중해 소도시에 갔던 주인공 기자가 그 마을에 들이닥친 페스트와 맞닥뜨리며 결국 도망가지 않고 남아서 그 질병과 싸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거기서 페스트로 상징되는 죽음과 맞서 싸우던 의사는 “이 페스트가 선생님에게는 어떤 존재인지 상상이 가느냐”는 질문에 덤덤히 말한다. “끊임없는 패배이죠”라고.
결국 죽음과 연결되는 재앙인 질병, 전염병, 바이러스, 세균은 인류에게 불굴의 메시지로 남아있는 듯 하다. 아무리 대단한 인류라 해도 아직도 감기 바이러스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어떤 모습으로 호령하고 산다 해도 결국은 죽음이라는 낭떠러지에 서야하는 게 우리 모든 인류의 결말이라고. 삶과 죽음에 대해 자만하지 말라고.
무조건 죽음을 두려워 하자는 건 아니다. 에밀 시오랑이 ‘절망의 끝에서’ 죽음을 논했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났다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 달아나고 있다”고. 죽음이 없다면 생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사는 것 자체도 때론 죄스럽고 혐오스럽고 도피하고픈데, 다 살아내면 우리에게 죽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와 끝이 있다는 게 오히려 희망 아니겠냐는, 언제든 죽을 수 있는데, 왜 지금 죽느냐는 역설이다.
어차피 삶은 악의 경계 안에서 함께 진행되는 것이리라. 나치 전범에 대한 재판을 보고난 한 유대인은 “악의 평범함에 놀랐다”고 하지 않았던가. 악이 주변에 너무 흔하게 널려 있음을 말했을 것이다. 그래서 세계 평화와 인권을 노래하던 밥 말리는 목숨이 위협받는 날에도 거리 콘서트를 강행했다. 왜 쉬지 않냐는 질문에 “어차피 악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쉬지 않고 번성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쉴 수 있겠느냐”며.
그건 앞길에 무덤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기어이 가는 것, 바로 절망에 대한 반항을 노래한 루쉰이 말하는 자세와 각오를 말한다. 또는 로마시인 호라티우스가 행복한 인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 세 가지 원칙 중 하나인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의 메멘토 모리의 마음가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원칙도 기억하자. 살면서 질병이든, 절망이든, 낙심이든, 좌절해 있을 때거나 그와 반대로 잘 되고 영화롭고 높아져 있을 때에도 기억해야 하는 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도. New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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