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맘대로 바뀐 성
작성일 16-03-0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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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간다통신 조회 9,094회 댓글 32건본문
" 티후아나에서 대한민국 명예총영사로 활동하는 페드로 디아스 코로나씨. 그의 성은 원래 '고'씨다. 멕시코에 도착한 한인 이민자들의 또 다른 설움은 대대로 내려오는 성씨가 바뀐 것이다.
농장 관리인들은 한국식 발음이 어렵다며 김`씨는 킹(King), 이`씨는 가르시아(Garcia), 고`씨는 코로나(Corona), 최`씨는 산체스(Shancez), 허`씨는 히메네스(Jimenez)로 성을 바꿔 불렀다. 멕시코시티 한국대사관 강당에서 공연됐던 모노드라마 '굿나잇 코리아'의 주인공 오크만의 원래 이름도 '억만'이다.
낯선 언어 앞에서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해 고유의 성씨를 버려야 했던 한인들의 설움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한국 이름을 교육시키는 것으로 풀어야 했다. 그 결과는 100년이 넘은 지금 한인 후손들이 자신들의 증조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름까지 또렷하고 기억하고 부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부 한인 후손들은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유의 이름을 살리기 위해 뛰기도 한다. 김인명(안드레스 김 히메네스)씨의 경우 관청에 돈을 내고 '킹'으로 바뀌었던 자신의 성을 원래대로 되찾아 다른 한인 후손들에게 좋은 본이 됐다.
말과 문화는 잊어도 음식은 한국식 한인 4세인 알폰소 마 김(Alfonso May Kim,39)씨. 어디를 봐도 한인의 후예라고 믿기 어려운 얼굴은 LA한인타운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멕시칸 얼굴이다.
그러나 그의 식탁을 보면 한인 후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알폰소씨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듬성듬성 썰은 중국 무에 멕시칸 고춧가루와 한인 선교사가 나눠준 한국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총각무 김치. 양파와 간장을 잔뜩 넣어 불고기 양념을 한 고기를 얹어놓은 한국식 쌀밥과 함께 먹는 저녁식사 시간은 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알폰소씨의 부인은 마야 원주민이지만 시어머니 마리아 구아달루페 김 유(61)씨에게 김치담그는 법을 전수받아 배추김치도 만들어 먹고 1년에 한 차례씩은 고추장도 담근다고 한다. 알폰소씨처럼 현지화된 외모에 한국어도 구사하지도 못해 영락없는 멕시칸으로 오해받는 한인 후손들을 한국과 이어주는 문화가 바로 음식이다.
'김치'와 '고추장'은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들도 말할 줄 아는 단어일 만큼 친근하다. 지금도 많은 후손들이 고추장, 된장, 콩나물, 만두, 미역국 등을 만들어 먹는다. 한국 음식점이나 마켓이 없어 고춧가루는 물론이고 한국배추와 무 등 야채도 구하기 어렵지만 이들은 멕시칸 고추를 빻아 만든 고춧가루와 양배추 등을 대용하며 한국의 음식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메리다와 칸쿤 지역의 한인 후손들을 대상으로 선교하고 있는 민주식 선교사(여,50)는 "대부분의 한인 후손들이 김치나 고추장, 한국식 밥을 즐겨먹고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다."며 "잊혀진 이민자들로 대우받았던 이들이 한국 음식문화를 소중하고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고 전했다.
기자와 함께 저녁밥을 먹은 알폰소씨는 말한다. "김치를 먹을 때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곤 합니다. 외모나 이름이 비록 한국인처럼 생기지 않고 다르지만 내 자식에게 한국의 문화를 남겨줄 분명한 한인 후손입니다." [퍼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