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팡바토(SAPANG BATO)의 전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사팡 바토의 아름다운 전설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사팡 바토의 숨겨진 이야기가 바깥으로 알려진 것은 피나투보 화산의 폭발 때문이었다.
잠발레스지역의 피나투보 화산 곁에 위치한 아름답고 비옥한 마을 사팡 바토는 부지런하고 검소한 주민들의 손에 의해 이끌어져 나가고 있었다. 1991년 6월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을 일으켰을 당시, 사팡 바토마을은 피나투보 화산폭발로 인해 발생한 화산재와 그에 뒤이어 내린 비로인해 생성된 화산퇴적물(라할)로 인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로 모두에게 알려졌는데 옆의 사진은 1991년 7월 31일자 마닐라 타임즈에 실린 당시의 사팡 바토마을 피해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외딴지역에 자리잡은 한 마을에 클라우디아 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에 반한 많은 청혼자들이 환심을 사려고 모여들었으나 그녀의 마음속엔 바딜로라는 이름의 성실하고 착한 농부외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감에따라 클라우디아와 바딜로의 사랑은 점점 깊어만 갔으며 죽을때까지 함께하자는 사랑의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불행히도 클라우디아의 아버지 망 보롱은 그의 딸에 대한 바딜로의 청혼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으며 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더 나은 조건의 청혼자인 안셀모에게 딸을 시집보내기를 원하고 있었다. 어느날 동트기 전 이른아침 바딜로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농장으로 일하러 가면서 동생에게 참을 가지고 농장으로 오라고 일러두었다. 정오쯤 되었을까, 바딜로의 동생이 참을가지고 왔다. 맛있게 참을먹고난 바딜로가 동생의 우는것을 알아차리고 왜 우는지 이유를 묻자 계속 아니라고 숨기던 동생은 형이 다그치자 아침에 안젤모의 부모님이 클라우디아의 부모님을 만나 혼인에 대해 의논을 했으며 클라우디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일 아침 6시에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지않겠다고 울며 버티던 클라우디아는 완강한 아버지의 뜻을 꺾을 수 없어 눈물만 흘릴 뿐 그녀의 결혼준비는 분주하게 진행되어갔다. 유복한 가정인 안셀모의 집안에서는 아름다운 클라우디아와 결혼하게 된 것을 기뻐하며 이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예복을 만든다고 재봉사 4명을 불러서 가봉을 하고 옷을 만들었으며 클라우디아의 친구들이 모여 집안을 아름답게 꾸미는 등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까스레 피곤하다는 이유로 방으로 들어와 혼자 있게된 클라우디아는 옷장 속 깊은곳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었다.
한창 혼인준비에 여념이 없던 클라우디아의 집에서 신부가 사라졌다는것을 발견한 것은 바로 그날 늦은밤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클라우디아의 아버지 망 보롱은 충격으로 쓰러져 응급처치를 하는 등 약을 먹은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으며 주변사람들도 클라우디아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시작할 무렵 클라우디아의 절친한 친구 중 하나가 그녀의 침대배겟머리에서 클라우디아의 편지를 발견해 망 보롱에게 전해주었다.
“아빠 제가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될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전 이제 이 세상을 먼저 떠나 제가 사랑하는 바딜로를 하늘에서 기다리렵니다. 절 용서해 주세요. 사랑해요.”라는 내용이 담긴 클라우디아의 유서를 읽은 망 보롱은 즉시 집에서 뛰쳐나가 딸을 찾아 해매기 시작했다. 마차를 타고 클라우디아의 집으로 오던 안젤로는 망 보롱에게서 클라우디아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놀라 사람들을 동원하여 그녀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클라우디아와 바딜로의 시신을 찾은 안젤로와 망 보롱은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클라우디아와 바딜로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는 두사람을 연상케 하는 돌이 발견되어 클라우디아와 바딜로의 슬픈 사랑에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상하게도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 자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마을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사팡 바토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