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방콕에서 ‘아티스 빌드'란 건설회사를 경영하는 시타 칸크리앙크아이는 불황에도 끄떡없다. 지난1999년 여름, 사업이 한창 번창했을 때 시타는 멀세드 벤츠 승용차를 구입하라는 친구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호주제 ‘헐든'을 고집했다. 친구들은 “돈 있으면서 웬 청승”이냐고 야유를 퍼부었지만 시타는 태연했다. 그는 당시 3백만 바트짜리 홀든을 샀으니 2백만 바트를 번 것이 아니냐는 것. 자신의 소비철학에 대해 “나는 오로지 오늘 쓸 돈만 쓴다. 내일 쓸 돈에는 손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제철소를 운영하는 추라트 파수파 역시 태국이름을 가진 중국인이다. 사업가로서 그가 지닌 모토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성장”이다. 양친에게서 물려받은 제철소를 그는 철저히 가족사업으로 성장시켰다. “남의 돈을 빌려서까지 사업을 확장시킬 이유가 없다.”고 추라트는 말한다. 중국인들은 낯선 땅에서 그들의 전통적 가치를 실천에 옮기며 살아왔다. 전통적 보수주의와 절제정신, 가족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마음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여유롭고 화목하게 살 수 있으면 그뿐, 벼락부자는 되어선 안된다.”고 믿어왔다. IMF가 터졌을 때, 중국인들은 잃을 것이 적었다. 중국 경영학을 연구하는 홍콩인 고든 레딩은 중국식 경영의 특징을 “변화에 대한 철저한 대처, 생존능력”이라 표현한다. 그의 말대로 중국인은 사업을 함에 있어 매우 유동적인 전략을 갖고 있다. 위기의 상황에 의사결정도 매우 빨리 내린다. 여기에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신중함과 근면정신을 결합하여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중국식 경영주의'가 탄생한 것이다. 태국인 건설업자 테에라 분냐시리와트는 자신의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그가 경영하는 “멜렉”사는 한때 80명을 고영하여 한해 1억바트(2백1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성공에 도취된 테에라는 지난해 말 방콕 시내에 신축된 2천만바트 상당의 빌딩으로 입주했다. 그때 IMF가 터졌다. 지금 그는 6년동안 이끌어온 멜렉사를 처분할 위기에 놓여있다. 반면 똑같은 건설업체 사장인 시타는 결코 사업을 늘리지 않았고 이윤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돌아왔다. 그가 추진했던 건설 프로젝트는 총 1억바트 규모를 넘지 않았고 이죽 3백~5백만바트가 순이익으로 남았다. 시타는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긴 공사도 극구 피했다 “너무 오래 계속되면 자재비의 변화 때문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큰 욕심은 무리다”라고 말하며 시타는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힘으로 기업을 이끌어 나갈 것임을 다짐한다. 외환위기가 태국을 강타했을 때 많은 중소기업의 문제가 ‘자금부족'이었다. 하지만 저축을 미덕으로 실천해 온 중국인들에겐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타는 “은행에 현금을 저금해 두지 않았다면 나 역시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는 “사업이 잘 안되더라도 아직 1년은 버텨낼 돈이 저금통장에 있다”고 자랑한다. 애특한 가족애도 중국식 경영의 특징이다. 최근 시타의 매형이 운영하던 제철소가 바트화의 폭락으로 타격을 입어을 때 시타는 사재 1천만바트를 털어 도산위기를 막았다. 시타는 “가족은 서로를 믿고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이 매형 덕분이었다. 이제는 내가 도와줄 차례다.”라고 말했다. 근면과 절약 등으로 뭉친 중국인들은 지금 태국 경제의 부활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태국의 중국인들은 전체 인구의 10% 하지만 이들의 경제력은 전체 시장자본의 81%를 장악하고 있다.